[취재수첩] 국가지도자의 충분한 휴식, 꼭 필요

文대통령의 여름휴가, 정쟁 대상 아니다

링컨·루스벨트, 남북전쟁·2차대전 와중에도 휴가는 꼭 챙겨

정도원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7.07.31 15:5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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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도원 기자
  • united97@newdailybiz.co.kr
  •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한 뒤 2011년 하반기부터 언론계에 몸담았습니다. 2014년 7월부터 본지 정치부 소속으로 국회·정당에 출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제왕적 권력의 전횡과 중우적 직접정치 시도라는 함정을 넘어, 의회 중심으로 실질적인 의회민주주의가 구현되기를 기대합니다. 의회는 반드시 승리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여름 휴가를 떠났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비행체 발사 도발을 한 직후라, 정치권 일각에서는 '상황 인식이 안이하다'는 비판도 나오는 모양이다.

바른정당 이종철 대변인은 "북한의 도발에 대응한지 단 하루 만에 문재인 대통령이 휴가를 떠난다는 게 과연 국민들에게 얼마나 자연스럽게 다가올지 의문"이라고 논평했다.

이외에도 야3당의 몇몇 정치인들이 대통령의 휴가에 대해 언급하고 있지만, 선진 제국(諸國)의 휴가 사례를 살펴보면 대통령의 휴가를 정쟁 대상으로 삼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

대통령제를 채택한 나라의 국가지도자들에게 대개 '롤 모델'로 꼽히는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은 남북전쟁 와중에도 꼬박꼬박 여름 휴가를 갔다.

1862년부터 1864년까지 3년간 워싱턴 DC 근교의 앤더슨 코티지(Anderson Cottage)라는 오두막집에서 가족과 함께 여름휴가를 보냈는데, 지금은 '링컨 코티지'라는 이름의 유적지가 된 걸 보면, 내전 중의 여름휴가에 대한 국민들의 평판도 그다지 나빴던 것 같지 않다.

전체주의 세력과의 세계대전을 단호하게 승리로 이끈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또 어떤가.

프랑스가 나치 독일에 의해 함락되고 영국 상공에서 공중전이 계속되는 절체절명의 국면이었던 1940년 12월, 루스벨트 대통령은 카리브해의 영국령 식민지인 자메이카·세인트루시아·앤티가바부다·바하마 등을 돌며 낚시 여행으로 휴가를 보냈다.

미국 대통령은 당적(黨籍)을 가리지 않고 현안의 유무에 관계없이 이미 짜여져 있는 휴가는 잘만 다녀온다. 상대 당에서 이를 정쟁의 소재로 삼지도 않는다.

민주당 빌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휴가 중 '무제한 라운딩'을 즐기는 골프광 유형이었는데, 오바마 대통령은 동일본 대지진과 루이지애나 대홍수 때도 휴가를 떠나 어김없이 골프를 쳤다.

공화당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휴가를 내면 냉큼 텍사스주에 있는 자신의 크로퍼드 목장으로 내려가,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청바지를 입은 채 직접 픽업 트럭을 몰고 전기톱으로 나무 덩쿨을 손질하곤 했다.

전형적인 미국의 심남부(Deep South) 정서인 이런 행동을 이라크 전쟁 중에도 한가롭게 반복했지만, 이것이 정쟁의 대상이 되지는 않았다. 휴가 중이었기 때문이다.

요순 시대 때는 나라 안에 아무런 현안이 없어 백성들이 나랏님 이름도, 필요성도 모를 정도였다지만 현대 사회에 그런 요순 시절이 다시 올 수는 없다. 나라 안에 아무 현안이 없는 때란 애시당초 존재할 수가 없다. 이 일 저 일 따지다보면 영원히 휴가는 갈 수 없다.

이런 점을 감안해 양당 사이의 정쟁이 날카로운 미국도 대통령의 휴가에는 너그러운데, 우리나라만 당연히 가야 할 휴가에 유독 인색한 문화 때문인지 문제가 되곤 한다.

역대 대통령들은 IMF 위기 극복이니, 세월호 참사 수습이니 하는 이런저런 명분으로 휴가를 반납하거나 관저에 머물곤 했지만, 그렇다고 국정 현안이 그 덕택에 시원하게 풀렸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말 탄핵 정국이 도래한 이후, 탄핵이 곧바로 조기 대선으로 이어지고 대선 캠페인에 돌입하느라고 이렇다하게 제대로 쉰 날이 없다.

대통령에게도 재충전의 시간은 필요하다. 오히려 국정의 최고지도자로서 이런저런 결단을 해야 하는 대통령이야말로 충분한 휴가는 더욱 절실하다고 할 수 있다.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는 그와 프랑스 제1제정의 운명을 결정지은 1815년 6월 18일 워털루전투에서 오후 3시 이전까지 웰링턴 공작이 이끄는 영국군을 상대로 선전하고 있었으나, 오후 3시 무렵 급격히 몰려온 피로감을 이기지 못하고 미셸 네 원수의 기병대 단독 돌격을 허용하는 실책을 저질렀다.

엘바 섬 탈출과 백일천하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단 하루도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할 정도로 피로가 누적됐기 때문이었다. 최고지도자의 피로 누적이 국사를 그르친 대표적인 사례다.

오죽하면 '워커홀릭'으로 악명 높은 미국의 '자동차왕' 헨리 포드도 "일만 알고 휴가를 모르는 사람은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처럼 위험하기 짝이 없다"고 했겠는가. 대통령이 휴가를 떠난 것 자체를 문제삼는 정치공세는 국민들의 공감대를 얻기 어려울 것이다.

  • 정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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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왕적 권력의 전횡과 중우적 직접정치 시도라는 함정을 넘어, 의회 중심으로 실질적인 의회민주주의가 구현되기를 기대합니다. 의회는 반드시 승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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