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오페라단 '동백꽃아가씨', 야외+한국적 코드 통할까

신성아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7.08.09 07:2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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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가 한국적 아름다움을 입은 '동백꽃아가씨'로 재탄생해 탁 트인 야외에서 펼쳐진다.

국립오페라단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을 기원하며 야외오페라 '동백꽃아가씨(La Traviata)'를 서울 올림픽공원 내 88잔디마당에서 오는 25~26일 양일간 2회에 걸쳐 선보인다.

'라 트라비아타'는 병약한 화류계 여인 비올레타와 부르주아 청년 알프레도의 비극적인 사랑을 그린다. 사치와 향락이 넘치는 사회에서 상실돼가는 인간의 존엄성과 진정한 사랑의 가치를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이번 '동백꽃아가씨'의 연출과 무대·조명 디자인은 패션디자이너에서 공연예술 연출가로 변신한 정구호가 맡는다. 그는 '라 트라비아타'의 배경인 18세기 프랑스 귀족문화를 동시대인 조선 정조시대의 양반문화로 재해석했다.

의상 디자인은 한복을 하나의 패션으로 정착시킨 한복 디자이너 김영진이, 소품·스타일링은 서영희, 안무는 젊은 한국무용가 김재승이 나선다. 지휘는 2012년 마체라타 오페라 페스티벌 '카르멘', 2016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타이스'를 지휘한 세계적인 명장 파트릭 푸흐니에가 합류했다.

정구호 연출은 8일 오전 예술의전당 내 국립예술단체연습동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너무 하고 싶었던 오페라 연출을 할 수 있어서 기뻤다. 첫 야외 오페라라 걱정이 많지만 평창올림픽을 기념하는 공연이고, 야외에서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오페라를 만들고 싶었다"며 오페라 연출가로 데뷔하는 소감을 밝혔다.

패션디자이너 출신인 정구호는 한국적 코드에 대한 신선한 감각의 재해석과 독특한 창의성으로 최근 공연예술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영화 '스캔들'의 미술감독으로 활동했으며, 국립무용단 '단', '묵향', '향연'을 성공시켰다.


정 연출은 "라트라비아타 배경이 18세기 조선의 귀족문화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러다 과거 의상을 담당했던 영화 '황진이'가 떠올랐다. 한국 사교의 대부분이 기방에서 이뤄졌다. 예인으로 대우받았던 기녀는 조선시대 문화의 흐름에 영향을 줬다. 그래서 황진이와 비올레타를 자연스럽게 접목시켰다"고 설명했다.

이어 "프랑스 사람들이 갖고 있는 사교의 자세와 조선시대 여성이 갖고 있던 자태는 많이 다르다. 한국적인 것을 찾기 위해 많이 연구하고 공부했다. 노래도 우리말로 개사하고 싶었는데 시간상 부족했다. 원어로 부르지만 최대한 한국적인 정서를 보여주겠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부분들을 보완하기 오페라에 없는 스토리텔러인 변사를 등장시킨다. 작품에 한국적 색채를 더하고 감정이입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안내자 역할을 하는 변사는 배우 채시라가 흔쾌히 수락했다. 채시라는 각 장면 전환에 변사로 출연해 극의 흐름을 짚어주며 작품과 관객 사이의 친밀한 메신저로 활약한다.  

이날 채시라는 "처음 국립오페라단이라는 이름을 듣고 섭외를 받았을 때 굉장히 놀라웠다. 배우가 오페라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고, 거의 처음인 것 같다"며 "예전 무성영화의 변사를 떠올렸다. 배우들이 아리아를 부르는 중간에 편하게 읽는 것이라 생각는데, 막과 막 사이에 등장해 대사를 하며 연기한다. 모노드라마를 하는 것과 같은 역할이다"고 말했다.

오페라의 가장 큰 매력은 음악과 극의 완벽한 조화에서 오는 벅찬 감동이다. 하지만 야외 오페라는 규모가 크고 실내와 전혀 달리 앰프와 스피커를 사용해야하기 때문에 오픈된 공간에서 음향 밸런스를 잡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음향은 야외오페라의 성공을 결정 짓는 중요한 요소이다.

파트릭 푸흐니에는 "야외오페라는 지휘자에게 있어 어려운 작업이다. 실내에서는 모든 것을 제어할 수 있지만 야외는 힘들다. 실내는 지휘자, 오케스트라가 관객과 무대 사이에 있는 반면, 야외는 무대 뒤에 위치해 있다. 토스카니니는 '야외오페라는 해서는 안된다'는 말까지 했다"며 부담감을 토로했다.

그는 "야외오페라는 음악의 대중화에 기여한다는 장점이 있다. 오페라가 부자와 엘리트 문화라는 편견이 아쉽다. 수천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야외무대는 오페라에 관심 없는 사람들도 즐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기술적으로 음향 문제가 넘어야할 과제다. 최상의 음향 컨디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야외오페라에서 두 번째로 해결할 것은 시각적인 문제다. 오페라는 단순히 듣는 게 아닌 배우들이 어떻게 감정을 표현하는지 표정과 몸짓 등을 봐야 한다. 무대 양쪽에 7m 크기의 대형스크린을 설치해 관객들이 감정선을 따라갈 수 있도록 했다. 올핌픽공원이 7천석 규모이고 관객과의 거리가 70m 떨어져 있어서 어려움이 많지만  손에 손을 잡고 최대한 극복하려 끊임없이 교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동백꽃아가씨'에는 세계 오페라 무대를 선도하고 있는 정상급 성악가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소프라노 이하영과 테너 김우경(26일·토), 소프라노 손지혜와 테너 신상근(27일·일)이 각각 '비올레타'와 '알프레도' 역을 맡아 호흡을 맞추고, '제르몽' 역으로는 바리톤 양준모가 출연한다. 

특히, 이하영은 2000년 윤이상의 오페라 '심청'으로 데뷔한 후 17년 만에 고국 무대에 복귀한다. "이 작품을 통해 평창동계올림픽을 홍보하는 매개체로 관객을 만날 수 있어서 감사하다. 지난 3월 지휘자가 한국에서 '라트라비아타'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단순히 '또 하는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이 자리에 서게 되니 너무 새로운 공연이라 기대가 많이 된다." 

가장 익숙한 오페라에 한복, 민화, 전통 춤사위 등 한국적 코드를 접목한 '동백꽃아가씨'는 동계올림픽대회의 성공을 기원하는 축제의 장으로, 공연의 공간을 '야외'로 과감하게 확장하고 티켓 가격은 1~3만원 선으로 낮춰 책정했다. 한여름밤 야외에서 공연되는 만큼 어디서도 경험할 수 없는 낭만적인 정취로 잊을 수 없는 감동과 추억을 선물할 예정이다.

정 연출은 "전 캐스트가 한국인들로 이뤄졌다는 것도 큰 의미이다. 가장 많은 스태프들이 신경을 쓴 부분이 무대이다. 실제로 아무 멋도 없는 잔디밭에서 하는 오페라는 처음이다. 무에서 유를 만드는 것이나 다름없다. 야외라 극장에서 할 수 없었던 원형 무대로 한다. 한국적 상징들을 모티브로 현대적인 무대를 구현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또한 "합창단 80명 중 40명은 음향을 위해 오케스트라와 함께 스크린 뒤에서, 40명은 무대 위에서 연기자와 함께 노래를 하게 된다"며 "이번 공연을 통해 단순히 한복을 입었다가 아닌, 연기와 작품적으로 한국적인 느낌을 충분히 살려내는 것이 목표이다. 한 폭의 동양화, 멋진 오페라 사극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오페라 '동백꽃아가씨'는 네이버 N예약과 티켓링크(1588-7890)를 통해 예매할 수 있다. 문의 1588-2514.


[사진=연합뉴스, 국립오페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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